전라남도 영산강 유역에는 이상한 무덤들이 남아 있다. 앞은 네모지고 뒤는 둥글다. 일본의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의 모습이다. 일본 고분시대를 대표하는 묘제와 닮은 무덤이 왜 한반도 남부의 영산강 유역에 남아 있는 것일까. 누가 만들었을까.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바다 건너 일본열도의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을까.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1권]이 이름의 이동,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2권]이 힘의 이동을 추적했다면, 마지막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3권, 열도의 내전과 영산강 전방후원분의 비밀]은 그 이동이 만들어낸 패권의 이동을 좇는다.
책에는 두 명의 ‘잊힌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나는 규슈의 정치세력, 다른 하나는 영산강 유역의 정치세력이다.
책의 시선은 먼저 바다 건너 규슈로 향한다. 장한식 저자는 일본 고대사의 정치적 중심이 처음부터 나라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기나이 지역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초기에는 규슈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존재했고, 이후 기나이 세력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역사에서 점차 사라졌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 첫 번째 단서가 야마타이국이다.
“야마타이국은 어디에 있었을까.”
저자는 오래된 야마타이국 위치 논쟁에서 규슈설에 무게를 둔다. 그러나 관심은 야마타이국의 위치를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야마타이국 이후에도 규슈에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존재했고, 이 세력이 기나이를 중심으로 성장한 새로운 정치세력과 경쟁했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일본 고대사는 하나의 왕조가 자연스럽게 성장하여 열도를 통일한 역사라기보다 여러 정치세력이 패권을 놓고 경쟁한 역사로 다시 그려진다.
“규슈에서 기나이로.”
그 중심에는 힘의 이동이 있었다.
저자는 숭신왕조의 등장과 열도 평정, 고분시대의 시작, 기나이 정치중심의 부상을 연결하면서 규슈 중심의 시대에서 기나이 중심의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실제 3권의 첫 부분 역시 ‘규슈시대에서 기나이시대로’라는 제목 아래 야마타이국, 규슈 정치체, 숭신왕조의 열도 평정 등을 차례로 다룬다.
하지만 일본열도의 정치 변화는 열도 안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바다 건너 한반도에서도 여러 정치세력이 움직이고 있었다. 백제와 신라, 가야가 있었고 그 사이 영산강 유역에도 독특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문헌기록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무덤은 남았다. 그 가운데 가장 강렬한 흔적이 전방후원분이다. 일본열도를 대표하는 무덤 형태가 왜 영산강 유역에 나타났을까.
이 문제는 오랫동안 한일 고대사의 민감한 쟁점이었다. 일본계 묘제가 한반도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따라 고대 한일 관계에 대한 설명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중요한 방향 전환을 시도한다. 무덤의 형태가 비슷하다는 사실이 곧 어느 한쪽의 다른 한쪽에 대한 지배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또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저자는 영산강 유역을 백제의 단순한 변방으로만 보지 않고 상당한 자율성을 가진 별도의 정치세력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신미제국과 침미다례에 관한 기록, 영산강 고분문화, 가야와의 관계 등을 살펴보면서 이를 ‘영산강 정치체’라는 관점에서 복원하려 한다.
그리고 전방후원분을 둘러싸고 이 책의 핵심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쌀과 군대의 교환.”
영산강 유역의 세력과 일본열도의 특정 정치세력 사이에 군사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했고, 전방후원분이 그러한 관계 속에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전방후원분은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배했다는 단순한 표지가 아니라 바다를 사이에 둔 여러 정치세력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했던 복잡한 국제관계의 흔적으로 다시 읽힐 수 있다.
바로 이곳에서 책의 두 주인공이 만난다.
“규슈와 영산강.”
오늘날의 지도에서는 서로 다른 나라에 속한 두 지역이다. 그러나 고대의 바다는 지금과 같은 국경선으로 나뉘어 있지 않았다.
사람이 건너갔다.
물자가 이동했다.
문화가 전해졌다.
정치적 동맹과 군사력도 바다를 오갔다.
그렇다면 일본열도의 내전을 일본 안에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영산강의 전방후원분을 한반도 안에서만 설명할 수 있을까.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3권은 이 두 질문을 하나로 묶는다. 규슈의 정치세력, 숭신·응신으로 표현되는 열도의 정치적 경쟁, 영산강 정치체, 그리고 전방후원분을 하나의 거대한 해양 네트워크 안에 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규슈 정치체의 성격과 숭신·응신 세력의 대립, 독립적인 영산강 정치체, ‘쌀과 군대의 교환’이라는 전방후원분 해석은 저자가 여러 기록과 고고학 자료를 연결하여 제시하는 독자적인 역사 가설이다.
그러나 그 가설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중요한 사실과 만나게 된다. 고대의 역사는 오늘날의 국경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은 세 권에 걸쳐 바로 그 문제를 파고든다.
1권에서는 왜와 임나라는 이름의 이동을 추적했다. 2권에서는 북방에서 한반도와 일본열도로 이어지는 힘의 이동을 추적했다. 그리고 3권에서는 그 이동과 충돌이 만들어낸 패권의 이동을 추적한다. 세 권의 실제 구성도 왜·임나에서 기마집단의 이동을 거쳐 규슈·기나이의 정치적 재편과 영산강 문제로 점차 공간과 논의를 확장한다. 그 끝에 하나의 무덤이 서 있다.
“영산강 전방후원분.”
누가 만들었는지, 왜 그곳에 만들었는지 여전히 많은 질문을 품고 있는 무덤이다.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3권 - 열도의 내전과 영산강 전방후원분의 비밀]은 그 무덤 앞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그어 놓았던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경계를 잠시 지워 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살아간 사람들은 서로에게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그 질문과 함께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세 번째 퍼즐이 맞춰지고, 세 권에 걸친 긴 역사적 추적도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 역사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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