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 어느 시점, 한반도 남부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경주에는 이전과 다른 거대한 무덤이 나타난다. 적석목곽분이다. 무덤에서는 화려한 금관과 허리띠 장식, 말과 관련된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가야 지역에서도 북방문화와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1권]이 왜와 임나라는 ‘이름의 이동’을 추적했다면,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2권, 기마족의 신라·가야·열도 정복사]에서 저자의 관심은 ‘힘의 이동’으로 옮겨간다. 그 출발점은 북방의 기마문화다.
장한식 저자는 4세기 경주에서 나타난 적석목곽분과 그곳에서 발견되는 말과 관련된 문화, 금관과 과대, 각배 등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문화적 원류를 중앙아시아의 쿠르간과 중국 북방의 기마문화까지 거슬러 올라가 추적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대담한 질문을 던진다.
“신라의 정치적 변화에 북방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관여했던 것은 아닐까.”
저자의 시선은 중국 북방에서 활동했던 선비족, 그중에서도 모용선비를 향한다. 4세기 모용선비와 고구려 사이의 전쟁, 동해안의 지형과 이동로, 모용씨의 시조신화와 신라·가야 시조신화의 유사성, 보요관과 신라·가야 금관 등을 하나씩 연결하며 모용선비의 일부 세력이 신라 지역까지 진출했을 가능성을 추적한다.
이어 두 번째 무대인 가야로 향한다. 김해 대성동고분군에서 발견된 북방계 유물은 가야와 북방세계 사이에 연결고리가 존재했음을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자료다. 저자는 여기에서 단순한 문화와 물자의 교류를 넘어 사람의 이동 가능성을 묻는다. 유물이 움직였다면 사람도 움직이지 않았을까.
중국 요령성의 라마동 유적, 가야권의 북방형 고분, 아라가야 마갑총 등을 연결하면서 저자는 북방의 기마집단이 가야의 정치적 변화에도 관여했다는 자신의 가설을 전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라와 가야의 관계와 정치적 분화까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다. 책의 2부가 ‘기마족의 가야 정복’이라는 제목 아래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유다.
그러나 사람의 이동은 한반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의 시선은 다시 바다를 건너 일본열도로 향한다. 말을 타고 대륙에서 한반도로 이동했던 세력이 어떻게 바다를 건널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 질문을 풀기 위해 기마집단과 해양세력의 결합에 주목한다. 한반도 남부에서 활동하던 세력과 바다에 익숙한 집단이 만나면서 새로운 이동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1권과 2권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1권에서 추적했던 해양세력과 왜의 이동이 2권에서는 북방에서 내려온 기마세력의 이동과 만난다. 육지에서 내려온 힘과 바다에서 성장한 힘이 결합하면서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정치질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 저자가 그리고 있는 큰 역사적 그림이다.
그 과정에서 광개토대왕비의 ‘왜’도 다시 등장한다. 비문에 등장하는 왜는 누구였을까. 왜 고구려는 대군을 보내 신라를 구원해야 했을까. 저자는 이 문제 역시 당시 한반도 남부와 일본열도 사이에 존재했던 여러 정치세력의 관계 속에서 다시 해석한다.
그리고 마침내 일본 고분시대를 상징하는 전방후원분에 이른다.
“앞은 네모지고 뒤는 둥근 거대한 무덤.”
저자는 이 묘제의 확산 역시 단순한 문화 전파를 넘어 사람과 정치권력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기마집단의 일본열도 진출과 새로운 정치질서의 탄생이라는 자신의 가설로 논의를 확장한다. 실제 책의 구성 역시 ‘모용선비 기마족의 신라 진출’, ‘기마족의 가야 정복’, ‘기마족의 일본열도 정복’이라는 세 단계로 이어진다.
이처럼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2권]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힘(power)의 이동이다. 고대사회에서 힘은 한곳에 머물지 않았다.
사람과 함께 움직였다.
새로운 땅에 정착했다.
기존 세력과 결합했다.
때로는 충돌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질서가 만들어졌다.
모용선비의 신라·가야 진출과 기마집단의 일본열도 정복이라는 책의 중심 주장은 현재 학계에서 확정된 통설이라기보다 저자가 여러 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연결하여 구축한 가설이다. 그러나 바로 그 대담한 가설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독자는 각각 따로 보았던 유물과 사건들을 하나의 긴 이동의 역사 속에 놓고 생각해 보게 된다.
4세기 경주에서 새로운 묘제가 왜 나타났을까.
가야 고분에서 북방계 유물이 왜 발견될까.
광개토대왕비에 기록된 ‘왜’는 누구였을까.
일본열도에서는 거대한 고분과 새로운 정치질서가 왜 나타났을까.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2권, 기마족의 신라·가야·열도 정복사]는 이 질문들을 하나의 긴 길 위에 올려놓는다.
북방에서 신라로.
신라에서 가야로.
그리고 바다를 건너 일본열도로.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1권]이 이름의 이동을 추적했다면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2권]은 힘의 이동을 추적한다. 그렇게 한일 고대사의 두 번째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 역사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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