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아시아의 바다는 단절의 장벽이 아닌, 사람과 문화가 교차하는 통로였다. 장한식 저자의 [한일 고대사의 재건축 2권, 기마족의 신라·가야·열도 정복사]는 한반도 남부와 일본열도의 정치 지형을 흔들었던 힘(power)의 이동을 추적하는 역사서다. 저자는 고대사의 변화를 고정된 국경선이 아닌 역동적인 사람들의 이동과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한다. 특히 대륙을 질주하던 북방 기마세력과 남해안의 물길을 지배하던 해양세력이 어떻게 하나로 융합되어 대한해협을 건너갔는가는 이 힘의 대이동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열쇠다.
역동적인 서사의 출발점은 4세기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되는 급격한 고고학적 격변이다. 경주 일대에서 이전 시기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적석목곽분이 출현하고, 그 내부에서 화려한 금관과 허리띠 장식, 다량의 마구류가 출토된 것이다. 저자는 독특한 북방식 문화의 원류를 중앙아시아의 쿠르간과 중국 북방 유목 지대로 연결하며 대담한 질문을 던진다. 고구려와의 전쟁 속에서 남하한 모용선비 일파가 동해안 이동로를 타고 신라 지역까지 진출하여 정치 구조의 변화를 이끌었을 가능성이다.
기마세력의 영향력은 신라를 넘어 가야로도 이어졌다. 김해 대성동고분군과 아라가야 마갑총의 마갑 등은 기마유목민 집단이 직접 가야 정치 구조의 격변과 분화에 깊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 증거로 해석된다. 그러나 광활한 평원을 달리던 육지의 전사들이 한반도 남부라는 지리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이들의 이동은 일시적으로 멈추는 듯했다. 기마 전사들에게 한반도 남단의 거친 바다는 육지와는 전혀 다른 미지의 장벽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융합이 일어난다. 대륙의 평원을 달리던 기마족의 강력한 육지 힘이 한반도 남부 해안에서 배를 띄우고 교역을 다스리던 해양세력, 즉 바다에 익숙한 집단과 만난 것이다. 평원을 누비던 기마병들이 대한해협의 거친 파도를 넘기 위해 해양 집단의 항해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두 집단의 동맹이 실현되었다. 육지의 정복력과 바다의 기동성이 결합하자, 이들은 마침내 거친 대한해협을 함께 개척하며 일본열도를 향해 나아갔다.
대한해협을 건넌 기마족과 해양세력의 연합은 일본열도 고대 지배 질서의 일대 개편을 가져왔다. 일본 고분시대를 상징하는 열쇠 모양의 무덤인 전방후원분의 확산은 단순한 문화 전파가 아니라, 이처럼 강력한 무력과 항해력을 결합한 사람과 정치권력의 이동을 증명하는 표식이다. 또한, 광개토대왕릉비에 나타나는 왜의 활동과 고구려가 신라를 구원하기 위해 군사를 파견했던 역사적 사건 역시 당시 한반도 남부와 열도의 연합 세력 간에 얽혀 있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비로소 명쾌하게 해석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기마족과 해인족의 만남은 고대 한일 관계사가 개별 국가의 대립이라는 구조를 넘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네트워크였음을 보여준다. 고대의 힘은 경계에 갇혀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였으며,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여 융합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를 창조했다. 대한해협을 가르던 파도를 동맹의 길로 바꾼 이들의 대담한 도정은, 현대적 국경선의 편견을 지우고 고대 동아시아사의 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열쇠다. © 역사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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